광고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둔 태성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다가 우연히 떠난 여행길에서 오징어 트럭 행상을 만난다. 오징어 트럭 행상을 사부로 모시고 전국을 떠돌며 장사를 배운 태성은 채소 장사를 하기로 결심하고, 대기업에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인 민석을 설득하여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매장은 차린다.
여기에 비밀스러운 이중 생활을 하는 지환, 버클리 유학파인 윤민, 그리고 군대에서 갓제대한 철진이 가세해 <총각네 야채가게>는 싱그러운 젊음이 넘치고, 훈훈한 총각들의 미소가 폴~폴~날아다니며 건강한 야채와 과일이 있는 야채가게로 인기를 끌게 된다.
이 작품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던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의 과감한 생략이다.
얼마든지 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태성이 어째서 야채가게를 하는 것인지,
지환은 왜 낮에는 야채가게에서 일을, 밤에는 호스트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인지,
버클리 유학파인 윤민의 가족은 왜 윤민으로 하여금 야채가게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라는 조건을 내건 것인지 뮤지컬은 구구절절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분명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데도 공연을 보고 나오면 100분의 뮤지컬 안에 이 이야기들이 전부 녹아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태성이 오징어 행상을 만나 인생이 바뀌는 부분은 오징어+칼잡이 라는 노래 한 곡으로 모두 설명한다. 사부로 모시게 된 오징어 트럭 행상을 마른 오징어를 얼굴에 붙이고 스모그와 음향을 동원하여 신격화 한다.
사부에게서 장사의 기술을 전수받아 과일을 고를 때 하도 먹어보고 찔러봐서 '칼잡이'라는 별명을 얻은 태성이 가락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상인들이 마치 황야의 무법자를 만나듯 벌벌떠는 장면은 굉장히 유쾌하면서도 이야기를 간결하게 만들어주는 효과적인 장면이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역시 성업중입니다. 이들의 성공스토리가 리얼스토리라니 세상은 어렵고 힘들고 차갑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꿈을 꿀 수 있는 곳'이라는 메세지가 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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